[이어폰] Creative - Aurvana In-Ear 3


다소 경박하고 개념없는 반말리뷰 시작됩니다.

노약자나 임산부, 소수의 청소년분들은 화를 푸시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덥고 습하던 여름이 지나고 있다.

하늘은 높아지고 밤 공기는 차가워졌다.

오늘도 나는 여김없이 집을 나서며 버릇처럼 이어폰을 귓구멍에 수셔 넣는다.

얼마전에 내 손에 들어온 크리에이티브의 Aurvana In-Ear3 이다.

이 제품은 나오기 전부터 많은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듀얼 밸런스드 아마츄어 유닛.

어지간히 이어폰에 관심있지 않으면 알아듣지도 못할 이상한 영어 단어다.

이어폰의 고급제품에 주로 들어가는 유닛으로 보다 선명하고 정확한 소리를 들려준다는 드라이버 유닛이다.

그런 것이 고음과 저음을 담당하는 두 개의 유닛으로 나뉘어 한 쪽 당 두개씩 하나의 이어폰에 4개가 들어가 있다.

이 조그마한 몸체에 소리가 나는 스피커 유닛이 네 개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세상은 점점 작은 것에 많은 것을 때려박는 기술을 키우고 있다.

내가 처음 이 제품을 택배로 받아보았을 때의 감동이 아직 진정되지 않는다.

보는 사람 모두를 매료시켜버릴 만한 그 패키지.

차분한 고급스러움과 부드러운 감각의 색상.

투명 케이스 내부에서 공중부양하듯 허공에 떠올라 잠자코 있던 은은하게 빛나는 이 녀석을 보았다.

이 녀석은 나의 감성을 억지로 자극하지도 현란한 색상으로 현혹시키지도 않았다.

고급스러움.

이것이 녀석이 내게 보여주었던 첫 번째 모습이다.

20만원에 육박하는 제품이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큰 낭패이다.

그것은 제품의 실제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 하더라도 체감상 많은 부분을 깍아먹는 요소.

하지만 적어도 이 녀석은 성능이 디자인 때문에 평가절하 받을 일은 없어보인다.


외부 케이스를 조심히 벗겨 안에 있는 내용물들을 꺼내어본다.

차곡차곡 케이스 내부에 쌓여있던 구성품들을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뭔가 알차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수준까지 아니지만 이 정도라면 별로 아쉬울 마음이 들지 않는다.



쏟아져나온 물건들을 하나 하나 정리하고 용도별로 파악해보니 과하지 않게 딱 필요한 만큼 있는 것 같다.

하나 하나의 만듦새나 재질등에서 고급스러움이 뭍어나온다.

별 것없는 방안이 마치 고급스러운 냄새로 가득차는 것 같은 기분이다.

썩 나쁘지 않은 기분.


일단 이어팁이 제법 많다.

보통은 사이즈 별로 하나 씩 들어있는데 이 제품은 2쌍씩 들어있다.

대,중,소 각각 두 쌍씩 그리고 폼팁도 두 쌍 들어있다.

팁을 끼웠을 때 꽤나 뻑뻑하게 딱 들어맞아 특별히 잃어버릴 상황도 없겠거니와 추가로 이렇게 들어있다니, 잃어버려도 눈물 찔끔할 만한 일은 없어보인다.

그리고 노즐을 통해 들어간 이물질을 청소하기 위한 도구도 들어있다.

외부에 노출된 노즐 부분에 먼지나 이물질 유입을 막기 위한 필터가 안 보인다.

그 때문인 것 같다.


또 항공잭이 있다.

스테레오를 모노로 하나 씩 나눠주는 기능을 하는 모양인데 비행기를 타본 일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비행기를 탔다고 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뮤직 플레이어의 커넥터가 갑자기 구멍이 두개로 늘어날 일은 없겠고, 비행기 내부에 따로 음악이나 TV, VCR 등을 감상할 때 사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무튼 멀리 어딜가더라도 가지고 다니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이 녀석은 매끈하게 잘 빠진 일자형 커넥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충격에 의한 단선에 대해 무방비인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팟이나 기타 스마트 기기들에게 케이스를 끼웠을 때도 끝까지 뚝심있게 쑥 꽂아넣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선을 타고 쭉 올라오다보면 Y자로 선이 분기되는 지점이 있다.

이 지점에 선 길이를 조절할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다.

조심스레 잡아당겨보지만 이거 당췌 쉽게 올라가질 않는다.

이 녀석이 꽤나 고집불통이다.

이러다가 선이 툭 끊어지진 않을까 걱정이 들어 조심 잡아당기던 녀석을 다시 밀어넣는다.

선 재질이 야들야들하지만 매끈하게 코팅된 느낌은 없다.

선에 마찰력이 꽤 생기는 재질이다.

이어폰 줄이 꼬이면 골치를 썪을 수도 있는데 선 재질은 좀 아쉽다.

게다가 선이 좀 얇은 편이라 불안한 마음이 더해진다.


고급스러운 하드 케이스가 보인다.

하나는 가죽 질감의 외부 케이스고 하나는 플래스틱 재질의 이어폰 고정 케이스이다.

고정 케이스에 이어폰을 잘 끼워넣고 그 외부로 케이블을 아주~ 조심스럽게 감는다.

그리고는 가죽 케이스에 쏙!

으잉? 근데 가죽 케이스 한쪽 면이 휑하다.

바지 주머니 마냥 그냥 쏙 집어넣게만 되어있다.

먼지나 이물질 유입이 될 수 있는 디자인이다.

꺼내고 넣을 땐 편하지만 아무래도 아쉬운 디자인이다.

뚜껑만 있었어도 완벽한 디자인이었을 텐데.....



이제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어떻게 쓰는지 파악이 끝났다.

아까 부터 플래스틱 투명 케이스에서 나를 지그시 바라보던 이 녀석과 얘기 좀 나누어봐야겠다.

도대체 듀얼 밸런스드 아마츄어 유닛을 사용한 이어폰은 어떤 소리를 내어줄까 궁금하다.

이 녀석 생긴게 꼭 스테이지 모니터(라이브용) 이어폰 같이 생겼다.

귀 위쪽으로 돌려서 착용하는 방식.

한 번 착용하면 잘 빠지지 않는 방식으로 특히 외출시에 이런 방식으로 착용하면 케이블을 통한 터치 노이즈도 잡고 덜렁덜렁 빠질 염려도 적어진다.

말하자면 전천후 착용법.

이 녀석은 아예 그렇게 착용되게 디자인되어 있다.

이러한 외관이 뭔가 나에게 말해주고 있다.

"나 말이야. 사실은 라이브용이야."

그렇다면 박스에 써 있던 98% 노이즈 차단 능력이 왜 필요했는지도 설명이 된다.

이어폰을 나의 아이팟에 꼽아넣고 내 귓 속에도 조심스레 넣는다.

귓 등을 타고 내려오는 부드러운 케이블의 느낌이 나쁘지 않다.

이어폰 유닛은 내 귓 바퀴에 정확히 안착한다.

이어팁은 귓구멍을 막고 유닛은 귓바퀴에 쏙 들어오고 내 귀는 이중으로 막힌다.

마치 진공상태인 듯 외부의 소음이 작아진다.

음악을 플레이 시키자 밖의 소리는 모두 사라진다.

세상엔 나와 아이팟과 이 녀석밖에 남지 않는다.

베이스 기타의 소리가 기분 좋게 울린다.

조용히 들어오는 드럼.

하이햇과 심벌스, 스네어와 킥드럼, 하이탐, 로우탐, 플로우 탐.

모든 소리가 자연스럽다.

기타의 소리도 박력있지만 날카롭게 찌르지 않는다.

보컬은 은은하게 노래를 부른다.

내 귓가에서 부르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와 보컬이 무대와 관객석만큼 떨어져있지 않다.

마치 테이블을 하나 놓고 마주 않아 듣는 느낌이다.

잘 생긴 남자 보컬이 나의 눈을 부드럽게 응시하며 내게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나는 남자다.

남자의 그런 감미로운 목소리에 취해 나의 성정체성을 흔들릴 수는 없다.

마음다잡고 여성 보컬을 부른다.

이제서야 나의 제자리를 찾은 듯 하다.

하지만 여성을 앞에 두고 마음이 떨리지 않는다면 그건 평범한 사내가 아니다.

나는 그런 비범한 사내가 아니기에 테이블 건너에서 나에게 노래를 부르는 여성 보컬때문에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근데 아까보다 테이블이 커진 것 같다.

남자 보컬과는 더 가까운 것 같은데, 단순히 기분 탓 만은 아닌 것 같다.

분명 내 가슴의 두근거림을 들키지 않게 누군가가 신경을 써줬기 때문이리라.

그 여자보컬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나에게 뭔가 화가 난듯하지만 목소리는 그렇게 들리지 않는다.

신경질적으로 들려야 할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부드럽게 들린다.

여자보컬이 노래를 멈추고 나에게 다가온다.

싸대기를 한대 후려칠 포즈를 취하자 나는 퍼뜩 정신이 돌아온다.

나는 Aurvana In-Ear 3 로 음악을 듣고 있던 것이다.

너무나 완벽하게 외부의 소음과 차단된 탓에 나는 음악의 중심으로 들어가 온 정신을 빼앗겼으리라.

아직 멍하니 나에게 부드러운 소리를 들려주던 음악 세상을 느껴본다.

이윽고 이대로 멍하니 있을 순 없어 귀에 꼽혀있던 이어폰을 빼자 세상의 소란스러움이 나의 귓바퀴를 통해 흘러들어온다.

갖가지 자동차 소음, 아직 여름임을 알리는 매미소리, 지들끼리 모여 자신감 충만한 학생들의 의기양양한 목소리들.

나는 내 손에 있는 이 녀석을 보며 잠시 미소짓는다.



"가끔 이 소란스런 세상이 떠나고 싶을 땐 네 녀석과 함께하마."





본 리뷰는
(주)제이웍스에서 주최한 필드 테스트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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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 고급스러운 패키지와 디자인

- 일자형 케이블과 길이 조절 가능하지만 다소 움직이 뻑뻑한 Y 스플리터

-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재질의 다소 얇은 케이블

- 좋은 재질의 이어팁과 폼팁(각각 2쌍씩 갯수도 여유로움)

- 훌륭한 마감과 디자인의 제품

- 뛰어난 착용감과 탁월한 소음 차단 능력(귀 위쪽으로 돌려 착용하는 방식)

- 고급스럽고 간편한 수납이 용이한 케이스(한 쪽면이 열려있어 이물질, 먼지 유입 가능)

- 살짝 저음성향의 소리.

- 고음이 뭍히지 않고 부드럽지만 날카롭고 차갑지 못함.

- 일반적인 제품과는 달리 실리콘 팁과 폼팁의 음감시 소리의 차이가 없음.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안 읽어주신 분들도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안 읽으신 분들은 제가 감사드리는 지 모르시겠지만 끝까지 읽으신 분들께서 끝까지 안 읽으신 분들께도 좀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by 발짐 | 2011/08/23 12:06 | 체험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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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보리누름 at 2011/08/23 17:18
ㅋㅋㅋ 글 잘읽고갑니다 마지막 이어폰을 꼽고 음악들으실 때의 묘사는 읽는 이로 하여금 박진감 넘치는 비트를 선사하는군요.
휴 이어폰이 20만원에 육박하다니 블루투스보다 비싸네요.. 슬픔미다
Commented by 발짐 at 2011/10/10 01:09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루투스는 편의성에 비해 음질의 열화가 너무 심해서 저같은 경우는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돈이 없어서 라고도 말합니다.)
다만 요즘에 나오고 있는 APT-X 라는 기술은 기존의 블루투스가 가지고 있던 한계를 극복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런 기술들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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