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호령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던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했었다. 모든 것은 과거의 영광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MP3플레이어가 생겨난 초창기 시절의 아이리버는 정말 대단했다. 하지만 아이팟이 나오고 연이어 스마트폰들의 공세가 시작되자 아이리버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더 이상 세상의 변화에 따라오지 못하는 브랜드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시기 등장했던 프리미엄 플레이어 AK100은 아이리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무기가 되어 다시 시장의 중심을 향할 수 있게 하였다. 갈피를 못 잡고 칫솔 살균기 같은 묘한 기기들을 내놓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다시 아이리버는 오디오 기기의 명가로 자리 잡을 준비를 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AK라인업 제품들은 말 그대로 고급사용자들, 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돈 있는 자들을 위한 아이템이었다. 모든 음향기기 애호가들이 여유로운 자금을 돌리는 것은 아닐 뿐더러, 아이리버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은 단점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고가품을 만들어내는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하지만 그것은 결코 호락호락한 일은 아닌 것이다. 아이리버가 가진 개성과 퀼리티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또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 또한 중요한 하다. 그런 자리를 채우고 있는 제품이 이번에 소개하게 될 BBC-100E 이다.
깔끔하고 매끈한 디자인은 아이리버의 개성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고, 흔들리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다시 명성을 되찾은 지금도 관통하는 특징이다. 패키지는 그 상품을 아주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다. BBC-100E는 고급스러운 검정색 무광지에 심플한 디자인으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살짝 박스의 겉면을 열면 안쪽에 투명한 필름 뒤로 실제 제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여닫는 박스의 겉면은 자석으로 고정되게 되어있다. 이런 부분들이 아이리버가 가진 심플함과 고급스러움을 증명하는 요소라 볼 수 있다.
이어폰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특징과 멀지 않은 모양을 지니고 있다. 하우징의 바깥쪽 타원형의 부분에 금속느낌을 주는 소재로 블랭크라는 아이리버의 자체 브랜드의 로고가 새겨져있다. 무광 플래스틱 소재와는 색상과 소재에 변화를 주어 밋밋함을 없앴다. 케이블로 이어지는 부분까지 매끄럽게 가공되어있어, 저렴한 가격에 아쉽지 않은 마감의 수준을 지켜주고 있다. 케이블은 꼬임이 적은 일명 칼국수 케이블로 적당한 두께와 재질을 보여준다.
케이블이 좌, 우의 유닛으로 분리되기 시작하는 케이블의 분기점 부분. 특별한 특징이랄 것은 없지만, 길이를 조절하게 되어있지 않다거나 아주 단단한 느낌을 주는 정도는 아닌 것이 조금 아쉽다. 물론 이런 부분들은 가격대를 생각하면 납득이 될 만한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플러그는 금도금으로 되어있다. 윗부분과 마찬가지로 플랫형 케이블로 이루어져있으며, 특별한 단선 방지를 위한 부분은 없으나 플러그의 형태자체가 케이블과 연결되는 부분을 나쁘지 않게 잡아주고 있다는 인상은 받을 수 있다. 단출하지만 적당한 내구성은 가지고 있을 듯하다.
구성품 또한 보급형 제품답게 굉장히 단출하다. 크기별로 3쌍의 실리콘 이어팁을 지니고 있으면 별도의 휴대용 케이스나 폼팁, 케이블 집게 같은 액세서리는 제공하고 있지 않다. 실리콘 이어팁은 썩 좋다고 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초창기의 쿼드비트나 1만원 미만의 알 수 없는 브랜드의 이어폰이 제공하는 싸구려 느낌은 없다. 반드시 교체해서 사용할 것을 추천할 정도의 이어팁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소니의 경우는 저렴한 제품에 포함된 이어팁도 단단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 상대적인 아쉬움은 느낄 수 있겠다.
이어폰의 하우징 안 쪽 부분엔 저음 컨트롤을 위한 작은 구멍(덕트)가 존재하고 있다. 저 작은 구멍은 부족한 저음을 확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아래엔 좌, 우를 알려주는 L, R 글자가 프린트되어 있다. 필립스의 제품처럼 별도의 돌기 같은 외형적 차이는 없다. 이어팁이 장착되는 노즐부분엔 귀지나 기타 이물질을 막아주는 필터가 자리 잡고 있다. 노즐을 두께는 인이어 방식의 이어폰 중 굵은 쪽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보급형 이어팁들은 대부분 호환되고, 포낙社의 제품들이나 에티모틱社의 제품들과 호환되지는 않는다.
모든 제품들의 기준은 '과연 잘 만들어져있는가?' 이다. 비싼 것과 싼 것 할 것 없이 구매하는 사람들은 모두 좋은 성능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만 있다면 보다 더 저렴하고 좋은 기기를 구매하고자 할 것이다. 요즘은 보급형 이어폰의 가히 춘추전국 시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제품들이 많이 선보여지고 있다. LG를 마치 음향기기 업체처럼 느끼게 만든 쿼드비트 시리즈, 로지텍에 인수되어 나왔던 얼티밋이어의 보급형 이어폰 UE200, 다이나믹 드라이버만을 고수하던 소니의 야심찬 BA드라이버를 채용한 XBA-C10등 5만원 언저리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능을 지닌 제품들을 접할 수 있게 된 요즘은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 행복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아이리버의 보급형 이어폰 BBC-100E는 위의 제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만큼 좋은 제품일까?
주관적인 느낌도 그러하고 골든이어스에서 측정된 결과도 좋은 제품이라고 증명해주고 있다. 이어폰이 외부에서 사용하는 기기라는 보편적인 용도를 고려했을 때 적당히 강조된 저음과 고음은 다양한 소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보다 더 적절한 밸런스를 이룰 것으로 기대할만 하다. 비록 10kHz위에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은 아쉽지만 그 이상의 고음 부분은 특별히 감지하기 쉬운 부분이 아닐 뿐더러 외부라면 더 더욱이 느끼기 힘든 부분이라 크게 부족하다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체적으로 밸런스가 잡힌 음색으로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으며, 특히 이어폰을 오래 사용하지 못하고 금방 파손시키는 파괴의 손을 지닌 분들이 사용하기엔 좋은 성능 외에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추천해 드릴만 하다.
※ 이 리뷰는 골든이어스와 아이리버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으나, 내용과 평가에는 관여하지 않았습니다.